<기획특집>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Plato, Platōn·BC 427년~BC 347년)은 ‘Only the dead have seen the end of war.’(전쟁의 끝은 죽은자에게만 있다.)’고 했다.

전쟁의 참혹상을 말한 것이다.  

인간의 삶과 영혼까지 처참하게 피폐시키는 전쟁은 ‘괴물’이다.     

<투데이경기>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6.25한국전쟁 발발 70년 및 정전(휴전협정) 67년이 되는 2020년, 전쟁의 실상과 육성증언을 통해 6.25한국전쟁을 4회에 걸쳐 조명한다.- 편집자-  

보도순서 ① 6.25한국전쟁 ②UN군 미 스미스 부대, 오산 죽미령 초전 ③한날 떼제사 ‘오산 보도연맹 사건’ ④오산비행장(K-55)은 오산에 없다

④오산비행장(K-55 Osan Airbase)은 오산에 없다.

6.25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평택(송탄)에 설치한 오산비행장.

언뜻 ‘오산비행장(오산공군기지)’이라는 명칭만으로 오산시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말 그대로 오산(誤算)이다.

실제로는 평택시(송탄지역, 옛 평택군 송탄면→송탄읍→송탄시→평택시 통합)에 위치해 있다.

‘오산비행장’으로 명칭이 붙여진 배경에는 6.25한국전쟁 당시 대부분 지도에‘오산리’만 표시돼 있었고, 송탄(Songtan)보다 오산(Osan)이 ‘영문표기상 철자 수가 적고 발음도 쉬웠다’는 이유가 있다.

‘미군 병사들 가운데 평택을 발음하거나 쓰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아 오산으로 정했다’는 설도 있다.

위치는 분명 평택인데 70년 가까이 아직도 오산비행장으로 명명되고 있다.

► 국도 1호선에 설치된 이정표(북쪽방향)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월 미군이 지금의 오산공설운동장 인근에 임시비행장을 설치한 뒤 이듬해 평택(송탄)으로 이전과 함께 오산비행장으로 명명하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이 때문에 오산비행장(오산미공군기지) 명칭은 현재까지 국제지도에 그대로 표기되면서 국·내외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 국도 1호선에 설치된 이정표(남쪽방향)

그러나 오산비행장 명칭을 바꾸기란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명칭 변경에 따른 혼선과 지금까지 각종 군사자료에 사용된 표기수정 등에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에 2000년대 활동했던 오산자치시민연대는 2005년 5월 이를 바로잡기 위해 별도로 ‘오산비행장명칭변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구성하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등 문제를 이슈화시켰다.

당시 추진위는 곽상욱 현 오산시장이 위원장을 맡아 오산비행장 명칭변경을 위해 의욕적으로 활동했다. 

추진위가 4개월간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오산비행장 명칭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는 응답자 가운데 66.3%(284명)가 ‘반드시 변경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명칭변경 이유는 기지촌 이미지 유발이 28.6%(169명)로 가장 많았고 군사훈련 등과 관련된 소음피해 26.9%, 치안문제 18.1%, 교육환경저해 15.7% 등으로 나타났다.

► 1952년 당시 오산비행장(기지) 전경.

이와 함께 명칭변경 방법은 정부와 국방부에 부당성 제기, 오산시 및 오산시의회에 변경 필요성 제기 등 지역운동 전개가 각각 33%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미국정부와 오산비행장측에 명칭변경 요구 13.2%, 언론 등 매체에 당위성 홍보 12%로 뒤를 이었다.

► 참고사진-오산비행장(OSAN AIR BASE)

이 과정에서 오산비행장(K-55)측은 추진위에 비공식으로 회신한 명칭변경관련 경위서를 통해 “오산비행장(K-55)은 오산에서 남서쪽으로 4.7마일 떨어져 위치하고 있다. 1951년 1월 6.25한국전쟁 당시 오산에 설치한 임시비행장을 당시 첫 통솔자가 (오산이)군사지도상에 나타난 유일한 마을이고 발음이 쉬웠기 때문에 오산비행장으로 명명했다”고 밝혔다.

► 평택시가 오산비행장과 함께 개최하는 한·미친선문화한마당 행사 '에어쇼'

평택시와 오산비행장(K-55)은 한·미 양국간 우호증진 등을 위해 매년 한·미친선문화한마당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평택지역 주민들은 물론 국민들을 초청, 간단한 부대시설 견학과 스릴 넘치는 에어쇼 등 다애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미군들과 지역사회내 유대를 다지고 양국의 문화를 공유하는 행사다.

그러나 “이 곳 비행장을 왜 ‘평택비행장’이 아닌 ‘오산비행장’으로 부르느냐”고 의아해 하며 반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 한미문화한마당 행사에서 에어쇼가 펼쳐지고 있다.(사진은 2019년)

공자는 논어 위령공편(衛靈公篇)에서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 자한편(子罕篇)에서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라고 했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 잘못이고, 잘못하거든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