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공식·비공식으로 수사팀을 꾸려 사실상 30년 넘게 180만명에 이르는 경력(警力)을 동원하고 용의자 3천명을 조사했다.

강력범죄 사상 최장기 미제(未濟) X-파일 사건으로 남았던 1980년대~1990년대 화성군(현재 화성시) 일대에서 주로 발생한 일명 ‘화성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당시 경찰과 언론에서 ‘화성 연쇄살인사건’으로 다뤘던 이 사건은 범인 이춘재(57)가 검거되면서 2019년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으로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화성시의회는 2019년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이춘재 살인사건’으로 변경하라”고 결의문을 채택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에서 ‘화성을 빼달라’는 간절한 호소였고, 결국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으로 명명됐다.

경찰은 이춘재가 1986년~1991년까지 14명을 살해하고, 다른 9명의 여성들을 성폭행 및 강도질한 것으로 결론졌다.

►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7월2일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종합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춘재는 살인과 성범죄를 지속했지만 죄책감 등 감정변화를 느끼지 못하게 되자 연쇄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분석됐다” 며 “점차 범행수법도 잔혹해졌고 가학적인 형태로 진화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춘재를 상대로 실시한 사이코패스(Psychopaths-반사회적 인격장애증) 검사에서 성향은 상위 65%~85% 수준으로 뚜렷한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춘재는 1986년 9월15일~1991년 4월3일까지 당시 화성군 태안읍사무소 반경 3km 인근 4개 읍·면에서 발생한 10대∼70대 여성 10명을 살해했다.

아울러 1987년 12월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 1989년 7월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 1991년 1월 충북 청주 여고생 살인사건, 1991년 3월 청주 주부 살인사건 등 4건도 이춘재 소행으로 경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그러나 이춘재가 첫 살인을 저지른 1986년 이래 2020년 34년이 되지만 무고한 Y씨가 범인으로 몰려 무려 20년을 억울하게 복역하고 가석방되는 등 경찰 수사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다.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P씨 집에서 13세 소녀가 성폭행 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8차 사건이다.

Y씨는 당시 범인으로 붙잡혀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됐다.

그는 이 사건을 재심청구했고, 현재 수원지방법원이 맡아 진행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2019년 7월 사건 피해자들의 유류품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검출·분석을 의뢰, 1년간에 걸친 재수사가 시작됐고 당시 처제를 살해한 협의로 부산교도소에 수감중인 이춘재를 범인으로 특정했다.

경찰은 이춘재가 자백한 살인사건 14건 가운데 DNA가 확인된 5건 외에 DNA가 확인되지 않은 살인 9건과 성폭행(미수 포함) 9건도 이춘재 소행으로 보고 추가 입건했다.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이춘재는 피해자들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했다. 내성적인 이춘재가 욕구불만으로 가학적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배용주 청장은 “이춘재 사건과 관련, 무리한 수사로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사죄한다”고 밝혔다.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발생 및 재수사 일지-

1986년 ▲9월15일 이춘재 첫번째 살인사건-당시 화성군 태안읍 안녕리 목초지에서 L씨(71)가 하의 벗겨지고 살해된 채 발견. ▲10월20일 두번째 살인사건-태안읍 진안리 농수로에서 P씨(25)가 가슴 흉기에 찔려 나체로 살해된 채 발견. ▲12월12일 세번째 살인사건-태안읍 안녕리 축대에서 G씨(24)가 스타킹으로 양손 결박 및 머리에 속옷이 씌워져 살해된 채 발견. ▲12월14일 4번째 살인사건-정남면 관항리 농수로에서 L씨(23)가 스타킹으로 결박된 채 발견.

1987년 ▲1월10일 다섯번째 살인사건-태안읍 황계리 논바닥에서 H양(18)이 스타킹으로 묶인 채 발견. ▲5월2일 6번째 살인사건-태안읍 진안리 야산에서 P씨(30)가 소나무 가지로 은닉된 사체로 발견. ▲12월24일 일곱번째 살인사건-여고생(18)을 수원 화서동 논에서 속옷으로 입에 재갈 물려 살해.

1988년 ▲9월7일 여덟번째 살인사건-팔탄면 가재리 농수로에서 A씨(52)가 블라우스로 양손 결박된 채 발견. ▲9월16일 이춘재가 저지른 아홉번째 살인이자 진범 논란에 휩싸인 화성 8차 사건으로 태안읍 진안리 가정집에서 P양(13)이 살해된 채 발견.

1989년 ▲7월7일  열번째 살인사건-태안읍 병점 5리 야산에서 귀가하던 K양(8)을 줄넘기로 양손목을 묶고 범행. ▲7월25일  농기계 수리공 Y씨(22)가 8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불법체포.(이후 과정에서 당시 경찰은 폭행과 가혹행위를 통해 Y씨에게 허위자백을 받음) ▲10월20일 수원지법이 8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기소된 Y씨에게 무기징역 선고.

1990년 ▲11월15일 열한번째 살인사건-태안읍 병점 5리 야산에서 K양(13)이 스타킹에 묶인 채 발견.

1991년 ▲1월26일 열두번째 살인사건-충북 청주 복대동 공사현장에서 여고생(15)이 숨진 채 발견. ▲3월7일  열세번째 살인사건-청주 남주동 가정집에서 K씨(29)가 숨진 채 발견. ▲4월3일 열네번째 살인이자 화성 일대에서 발생한 마지막 사건으로 동탄면 반송리 야산에서 G씨(69)가 하의 벗겨진 상태로 발견.

1994년 ▲1월13일 열다섯번째 살인사건-이춘재가 유일하게 처벌을 받은 살인사건(청주 복대동 자신의 집으로 처제(20)를 유인, 살해한 뒤 시신을 인근 공사장에 유기) ▲1월17일-경찰이 처제 살해 혐의로 체포된 이춘재에게 구속영장 신청.

1995년 ▲10월23일-이춘재가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 수감.

2006년 ▲4월2일-미제로 남았던 14건 사건 가운데 마지막 사건 공소시효만료.

2019년 ▲7월15일-경찰, 이춘재 사건 증거물 일부 국과수에 감정의뢰 ▲8월9일-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로 부산교도소 수감중인 이춘재 특정. ▲9월18일-이춘재 최초 접견조사 및 용의자 특정사실 언론에 보도. ▲9월24일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범행사실 자백. ▲10월4일 이춘재, 모방범죄 판명된 ‘8차 사건’ 본인소행 주장. ▲10월14일 경찰, 이춘재 피의자로 정식 입건. ▲11월13일-‘8차 사건’ Y씨, 법원에 재심청구. ▲12월11일 검찰,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서 수사기관 최초로 이춘재 실명공개 결정. ▲12월12일 사건명칭을 ‘화성 연쇄살인사건’에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으로 변경. ▲12월17일 경찰, 이춘재 ‘8차 사건’ 담당검사·경찰관 정식 입건.

2020년 ▲1월14일 법원, ‘8차 사건’ 재심개시 결정. ▲2월6일 수원지법 ‘8차 사건’ 재심 재판부, Y씨에게 사과. ▲7월2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종합수사결과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