少年易老學難成(소년이노학난성)/一寸光陰不可輕(일촌광음불가경)/未覺池塘春草夢(미각지당춘초몽)/階前吾葉已秋聲(계전오엽이추성).

소년은 늙기 쉽고/학문은 이루기 어려워/한순간의 시간도 가볍게 여길 수 없는데/연못가 봄풀이 꿈을 깨기도 전에/계단앞 오동잎은 벌써 가을을 알리는구나.

중국 송(宋)나라 대유학자 주자(朱子)가 집필한 권학문(勸學文) 권학편(勸學篇)에 나오는 글귀다.

사할린에서 영구 귀국한 백발 어르신들이 지난 1년간 밤낮으로 공부한 결실을 맺어 눈물어린 영광의 사각모를 쓰고 졸업했다.

►성인문해교육 초·중 학력인정 과정을 마친 어르신들이 졸업식에서 기뻐하고 있다.

주인공들은 ‘2021학년도 오산백년한글학교 성인문해교육 초·중학 학력인정’ 과정을 마친 사할린 귀국 어르신 18명이 2월16일 오산시평생학습관에서 졸업식을 가졌다.

오산백년한글학교는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이 공식 지정한 학력인정기관으로 정규학교 교육의 기회를 놓친 저학력, 비문해 성인들을 대상으로 초·중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오산시평생학습관 전경.

연간 법정 이수시간(단계별 연간 40주 450시간 이상)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5개 필수과목(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과 선택과목(음악·컴퓨터·한문),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여기에 문해교원 10명이 교육을 맡아 성심을 다해 가르치고 있다.

2021년 성인문해교육 초·중등 과정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전염병 대유행)으로 대면·비대면 수업으로 병행했다.

수업은 과제형수업, 전화수업, 1:1 대면수업 등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사할린 귀국 어르신 졸업식에서 초등졸업생 9명, 중학졸업생 9명 등 모두 18명은 배움의 한을 말끔히 씻고 환한 웃음으로 기쁨을 나눴다.

중학교 과정을 이수한 박기춘 졸업생(85·수청동)은 “한글을 몰랐을 때는 세상이 깜깜하고 두려웠다. 성심으로 지도한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며 “같은 설명을 되풀이 하면서도 힘든 내색없이 열정으로 가르쳐 준 덕분에 영광의 졸업장을 받았다. 고국의 졸업장을 받게 돼 무한한 영광이다”고 기뻐했다.

오산백년한글학교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수백번을 쓰고 익힌 글은 그 어느 문장가가 지은 글 보다 울림이 있다. 생애 처음 학생으로 공부한 어르신들에게 배움의 기쁨과 새로운 꿈을 엿볼 수 있었다” 며 “어르신들이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