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정조대왕 시대에 농업개혁의 산실이었던 ‘만석거’(수원시향토유적 제14호)와 ‘축만제’(경기도기념물 제200호)가 60년 만에 본래 이름을 되찾았다.

시는 “앞서 3월11일 국토지리정보원 고시(제2020-1130호)에 따라 일왕저수지와 서호의 명칭이 원래 이름인 만석거와 축만제로 각각 공식 변경됐다”고 16일 밝혔다.

만석거와 축만제는 정조시대에 조성된 인공저수지.

► 만석거(萬石渠) 전경

수원화성 축조 당시 가뭄이 들자 정조대왕이 안정된 농업경영을 위한 관개시설로 1795년에 만석거(장안구 송죽동 305)를, 1799년에 축만제(팔달구 화서동 436-1)를 각각 조성하고 황무지를 개간, 백성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자 했다.

만석거(萬石渠)는 ‘만석의 쌀을 생산하라’는 의미를, 축만제(祝萬堤)는 ‘천년만년 만석의 생산을 축원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조성과 관련된 내용이 ‘화성성역의궤’에 전해지고 있다.

이후 만석거는 일왕저수지, 조기정 방죽 또는 북지로 불리기도 했는데 1936년 수원군 일형면(日荊面)과 의왕면(儀旺面)이 합쳐져 일왕면(日旺面)으로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일왕저수지로 불렸다.

► 축만제(祝萬堤) 전경

또 축만제는 수원화성의 서쪽에 위치하면서 1831년(순조31) 항미정(杭眉亭) 정자 건립시 소동파의 시구에서 항미정 명칭을 따 일명 ‘서호(西湖)’로 오랫동안 불렸다.

그러나 1961년 국무원 고시 제16호에 따라 이들 저수지의 법적명칭이 ‘일왕저수지’ 와 ‘서호’로 제정되면서 60년간 공식적인 이름으로 사용됐다.

이에 시는 2019년부터 이들 저수지의 역사적 정체성 확립을 위해 명칭 정정에 나섰다.

명칭 변경은 수원시지명위원회와 경기도지명위원회의 심의·가결과 국가지명위원회 등 1년의 과정을 거쳐 3월11일 국토지리원 고시로 결실을 맺었다.

다만 국가지명위원회는 “지명표준화의 제1원칙(1객체 1지명)에 따라 공문 등 법적문서는 ‘축만제(서호)’와 같은 병기는 지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서호’라는 지명은 별칭으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심규숙 문화예술과장은 “60년 만에 ‘만석거’ 와 ‘축만제’라는 이름을 되찾게 돼 정조대왕의 애민정신이 담긴 시의 정체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며 “소중한 문화유산이 본래 이름으로 후대에게 길이 불려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 저수지는 관개시설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2016,2017년 ICID(국제관개배수위원회)의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된 가운데 현재 만석공원과 서호공원으로 이용되면서 많은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