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태영 수원시장 등 전국 11개 지방자치단체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야권 지자체장 31인을 대상으로 벌인 불법사찰과 관련, 11월29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명박 前 대통령과 원세훈 前 국정원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다음은 고발 내용(전문)

1.고발 취지-고발인 염태영과 수원시는 피고발인 이명박, 원세훈 외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문건(이하 ‘사찰문건’이라 함) 작성·실행 관련자들을 「국가정보원법」상 정치관여·직권남용 및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합니다.

2. 고발 경위-2017년 9월28일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특별위원회는 이명박 정부의 사찰문건을 언론에 공개하였습니다.

이어 같은해 11월6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위 사찰문건에 대한 국정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발표 내용에 따르면 2011. 8. 25. 피고발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회의석상에서 담당 부서에 야권 지자체장들에 대한 사찰을 지시하였고, 위 지시를 받은 담당 부서는 지역담당 정보관들에게 해당 지자체장들의 국정 비협조 및 저해 실태를 수집하도록 요청하였으며, 이후 담당 부서는 각 지역에서 보고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2011년 9월15일 사찰문건을 작성해 피고발인 원세훈 원장 및 국정원 차장 등 지휘부에 보고한 후 사찰문건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 및 정무·민정수석실에 배포하였다고 합니다.

위 사찰문건은 국정원이 고발인 염태영을 포함한 야권 지자체장 31명을 대상으로 불법 사찰활동을 한 결과 등 지자체장들의 구체적 활동 내역을 적시하면서 이들이 “이념적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며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고 대정부 비난여론과 국론 분열을 조장”한다고 평가하고, 나아가 이를 적극 견제·차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행정안전부의 교부세 감액, 반환 등의 행정조치나 재정경제부를 통한 예산삭감, 감사원의 감사 및 지방의회의 행정사무 감사를 통한 구체적인 압박 수단을 동원할 것 등의 내용이 적시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고발인 염태영은 ①박원순 서울시장과의 프로젝트 공동 추진, ②헌법 개정 등 분권운동 추진, ③노무현 前 대통령 서거 2주기 행사 참석 및 수원 연화장내 노 前 대통령의 추모비 건립 허가 등에 대해 사찰을 받았으며, 정상적인 시정활동을 폄훼‧오도당하였습니다.

3. 사찰문건에 따른 후속 집행-하나의 실례로 감사원은 2013년 수원시가 추진한 『생태교통 시범사업』에 대해 통상의 감사와 달리 수개월간에 걸친 감사를 벌였고, 행정안전부는 수원시에 대한 지방교부세를 감액하는 등 사찰문건에 적시된 견제 수단이 실제로 실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행안부는 위 감사 결과를 토대로 ① 2016년 12월16일 수원시를 상대로 12억5천만원에 이르는 지방교부세 감액처분을 하였고 ② 그 외의 일부 건에 관해서는 현재 감액처분을 위한 사전 심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위 감사원 감사가 위 사찰문건이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2011년으로부터 수년이 지난 2015년 3월에 이루어진 것이기는 하나 최근 국정원 적폐청산 관련 보도에 따르면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경우에도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여 박근혜 정부에까지 연결 진행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점에 비춰보면 이명박 정부 시절에 작성된 위 사찰문건에 따라 박근혜 정부에서의 감사원 감사로까지 그대로 이어졌을 개연성이 매우 높습니다.

4. 이명박 前 대통령의 가담 정도-『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국정원은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좌파 연예인 정부 비판활동 견제 방안’ , ‘좌파 문화예술단체 제어·관리 방안’등을 ‘일일 청와대 주요 요청 현황’에 따라 ‘VIP 일일보고’ , ‘BH 요청자료’등의 형태로 청와대에 보고하였습니다.

이명박 前 대통령이 본 건 불법사찰에 어느 정도로 가담하였는지 여부는 최종적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사안이기는 하나 위 사례들에 비추어 보면 본 건 사찰은 이명박 前 대통령의 묵인 내지는 지시에 따라 피고발인 원세훈을 비롯한 국정원 직원 등이 가담하여 이루어졌을 개연성이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철저한 검찰 수사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5. 결론-이에 고발인들은 검찰 수사를 통해 국정원, 청와대 뿐 아니라 이 사건에 연루된 관여자 등에 대하여 그 행위와 책임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 다시는 이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피고발인들을 위에서 적시한 바에 따라 「국가정보원법」상의 정치관여죄·직권남용죄 및 「형법」상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혐의로 고발하오니, 철저한 수사를 통하여 법의 준엄한 심판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MB정부의 불법사찰에 대한 자치단체장 검찰 고발 성명서-

오늘 우리 11개 자치단체장들은 이명박 前 대통령과 원세훈 前 국정원장을 피고발인으로 한 불법사찰 수사 촉구 고발장을 접수한다.

MB 정부는 국익이라는 명분으로 당시 야권 자치단체장들을 사찰하여 4대강 사업 등 국정 기조에 반한다고 판단할 경우 행, 재정적 불이익과 표적 감사 등으로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자치단체장들을 압박했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또한 원세훈 前 국정원장은 국가정보원 조직을 동원하여 사찰 행위를 벌이고 이를 청와대에 수시 보고하는 등, 정권의 유지 기반으로 국정원을 사실상 사유화했음이 밝혀지고 있다.

MB 정부가 ‘자치단체장의 이념성’이라는 자의적 판단 기준으로 국가예산과 감사원 등의 중앙행정 기구를 통해 지방정부를 좌지우지 하려 했다는 사실은 자치단체장 개인과 특정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침해를 넘어 국가의 근간과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는 중대한 사건이다.

국민주권 원리에 따라 구성된 지방자치단체들을 적대시하고, 공적 국가기구를 수단으로 동원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불법사찰의 정황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에 우리 자치단체장 11명은 이명박 前 대통령과 원세훈 前 국정원장을 고발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이 온전히 규명되기를 기대한다.

국민을 보호할 책무를 저버린 정부가 국민 개개인의 삶에 어떠한 비극을 초래하는지 우리는 지난 정부를 겪으며 뼈저리게 경험하였다.

위법성이 철저히 밝혀지고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사법적 처벌이 따를 때 비로소 우리는 “이게 나라냐?”고 외쳤던 촛불의 함성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사법 당국은 철저히 수사하여 피고소인들의 불법사찰 행위여부와 책임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2017. 11. 29

김성제 의왕시장, 김성환 노원구청장, 김영배 성북구청장, 김우영 은평구청장,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염태영 수원시장,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최성 고양시장, 최영호 광주 남구청장, 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 황명선 논산시장(이상 11명, 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