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지역 교사 90%가 ‘나도 몰래 녹음 당하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교사노동조합과 경기교사노동조합(이하 교사노조)은 서울·경기지역 학교에 근무하는 초·중·고 교사 2천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10월4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다.

서울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경력 15년의 B교사는 자신이 ‘아동학대로 신고됐다’는 사실을 경찰서로부터 통보받았다.

B교사는 경찰에 출석한 뒤 그제서야 ‘학부모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녹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학부모는 녹음파일을 근거로 B교사를 아동정서학대로 신고한 것이다.

이 사건은 현재 검찰로 송치됐고, B교사는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학부모의 상시녹음은 비단 B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사노조는 “최근 학부모(학생)의 몰래 녹음과 관련, 접수된 상담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교사노조와 경기교사노조가 공동으로 10월1일~3일까지 3일간 실시한 설문조사(초·중·고 교사 2천35명 대상)에 따르면 ‘학부모나 학생에 의해 교사의 발언이 녹음되고 있지 않을까 걱정한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89.4%가 ‘그렇다’고 답했다.

실제로 ‘학부모와 학생에 의해 녹음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도 무려 402명(응답자 19.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교사들이 동료교사의 실제 녹음사례를 접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녹음을 당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부모가 교사를 신뢰하지 못하고, 교사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올바른 교육은 이뤄지기 어렵다.

이는 결국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져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다.

교사노조는 “교육당국은 교육현장의 이런 분위기를 일부 학부모의 일탈과 교사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교육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며 “교육청은 학교단위에 이와 관련한 공문을 시행하고, 각  학교는 다양한 경로(가정통신문 배포 등)를 통해 몰래 녹음의 심각성에 따른 안내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사노조는 “학부모의 몰래 녹음으로 교육의 위축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며 “교육당국의 빠른 조치와 함께 교사·학부모·학생간 불신의 벽을 허물고 소통으로 함께 성공하는 행복한 학교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