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토일렛’으로 불렸던 심재덕 前 시장으로부터 시작된 수원시 화장실 문화가 세계를 선도하는 문화의 힘으로 주목받고 있다.

10월19일 ‘문화의 날’을 앞두고 수원에서 태동, 세계를 선도하는 화장실 문화를 조명해 본다.

광교산 초입(장안구 광교산로)에 자리잡은 반딧불이 화장실은 마치 도서관 같다.

햇볕이 통하는 유리천장으로 밝은 느낌이 드는 중앙홀은 시민들이 쉬어 가는 의자와 작은 도서관을 비롯한 통로에 날씨와 시의 주요정책 등 최신 정보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스마트 미러’가 설치돼 있다.

► 장안구 이목동에 위치한 변기모양의 화장실 박물관 해우재

아울러 장안구 영화동 영화마을 사랑방 1층에 위치한 ‘또옹카페 화장실’은 마을사랑방 역할을 한다.

화장실 앞에 조성된 소공연장에서 각종 마을행사와 공연이 열리고, 2층은 영화마을 사랑방(커뮤니티 공간), ‘마음 톡톡 상담실’(도시재단 활동가 활동공간), ‘또옹카페’(전시·판매공간) 등 문화공간을 갖췄다.

► 광교산 반딧불이 화장실.

뒷간, 측간, 변소 등으로 불리며 대부분 냄새나고 지저분한 공간이던 공중화장실이 이 같은 문화로 바뀐 건 20년 남짓.

수원시에서 화장실 문화 운동이 태동하면서 비롯됐다.

시는 행정안전부·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주최하는 ‘아름다운 화장실 공모전’에서 1999년~2018년까지 무려 24차례 수상하며 ‘명품 화장실 도시’로 위상을 공고히 다져 명실공히 국내·외 화장실 문화의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시에서 시작된 화장실 문화의 발상과 발전과정에서 민선 초대 고(故) 심재덕 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지금까지 줄곧 ‘미스터 토일렛’으로 불리고 있다.

► 독일 프라이부르크시 관계자들이 해우재를 찾아 화장실 문화를 벤치마킹 하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을 유치하기 위한 시·군의 경쟁이 활발하던 1996년 당시 심재덕 시장은 “불결한 공중화장실을 획기적으로 개선, 외국 손님들을 맞이하겠다”는 생각으로 화장실 TF팀을 만들었다.

그는 화장실 개선 사업을 이끌며 화장실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1999년 한국화장실협회를 창립, 음악이 흐르고 꽃과 그림에 향기 나는 화장실이 고속도로와 주요 관광지로 뻗어 나갔다.

이후 2004년 ‘공중화장실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우리나라가 화장실에 관한 법률을 가진 최초 국가로 기록됐다.

2007년 11월 화장실 전문 국제기구 세계화장실협회(WTA-World Toilet Association)가 창립되는 결실을 맺었다.

‘근심을 덜어내는 집’이라는 이름의 해우재(解憂齋)는 장안구 장안로(이목동)에 위치한 변기모양 건물.

원래 심재덕 前 시장이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을 기념, 30년간 살았던 집을 2007년 변기모양으로 고쳐지었는데, 2009년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당시 기준으로 24억원이 넘는 가치의 건물과 토지를 시에 기증했다.

시는 해우재를 화장실문화 전시관으로 꾸려 이 일대를 화장실문화 공원으로 조성하는 등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며 화장실 문화 전시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2010년 10월 개관한 해우재는 올해 9월말 기준 140만명이 방문했고, 이 가운데 외국인 관람객도 7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화장실문화공원은 변기모양의 해우재 뿐 아니라 요강·좌변기 모양의 쉼터, 임금이 썼던 매화틀(휴대용 변기)과 매화그릇, 유럽의 화장실 역사 등 동·서양의 변기 변천사를 볼 수 있다.

염태영 시장은 2014년 2월부터 세계화장실협회(WTA) 회장을 맡아 심재덕 前 시장이 시에 뿌린 화장실 문화를 확산시켰다.

► 올해 1월 고 심재덕 前 시장 10주기에서 염태영 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WTA는 위생환경이 열악한 개발도상국에 공중화장실을 짓는 ‘희망의 화장실 프로젝트’를 통해 16개국에 33개 공중화장실 설치를 지원했다.

또 ▲세계화장실 리더스 포럼, 세계 화장실문화 유스 포럼 ▲전세계 기초위생시설 실태조사·지속가능 화장실 모델 개발 등 연구조사 ▲세계화장실 기술표준 제정 ▲UN, KOICA(한국국제협력단) 등 국내·외 국제기구·민간기구와 협력사업 등을 전개하며 화장실 문화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올해 7월 UN 경제사회이사회 협의적 지위를 획득하면서 글로벌 비정부기구(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로서 위상을 갖췄다.